오색으로 물들었던 단풍들이 어느새 앙상한 가지로 변했다.

며칠 전 창간때 부터 본지를 32년간 구독해 온 애독자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독자는 젊어서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작업을 하면서도 주변 사물들을 관찰할 정도로 총기(聰氣)가 좋았는데 어느 날 뒤돌아보니 세월은 저 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한다. 차츰차츰 시력도 흐릿하고 기억력도 또렷하지 못하다며, 벌써 32년이 흘렀나?

앞으로 얼마나 더 구독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많은 정보를 강원북부신문을 통해 얻었고 이같은 신문이 없는 철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과분한 칭찬과 함께 창간 32주년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렇듯 보람 있는 일도 있지만 본지는 나름대로 언론의 사명을 다해 뛰어 왔다고 자부하지만 해들 거듭 할수록 고달프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모든 삶이란 다 그런 것 인가보다? 태어나면서부터 고단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고, 근심걱정 없는 사람 아무도 없다. 누군가 말한다.

우주여행의 길과 지도는 있어도 인생의 지도는 없다고, 그렇다고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분류의 사람들에 대한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생활의 지도는 찾을 수 있어도 삶의 지도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생활의 지도는 있다. 문명탓에 SNS와 네비게이션을 지정해 놓으면 길을 쉽게 찾고, 설령 잘 못 갔더라도 유턴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삶은 그렇지 못하다.

필요 없는 미래의 삶에 대해 원망하고 질투와 시기 그리고 근심 걱정을 갖고 있다면 과감히 던져야 한다. 오히려 고통과 시름만 더해 간다.

속담에 여우 피하려다 범 만나는 격으로 조급하면 위급한 길을 만나게 되는 것이 삶이다.

주변과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불만족이 생기고 경쟁 상대만 늘어난다. 행복하면서도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자격지심을 갖게 된다.

주어진 삶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행복의 길이다. 아파보아야 존재성을 알 듯 성실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버팀목이다.

삶에는 저마다 특징과 그 사람만의 향기가 있다. 꽃이 아무리 예뻐도 사람만 못하다.

서로 나눌 줄 알고 세심한 배려만 있다면 그 사람이 성공한 인생의 길을 찾은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굳이 지도를 찾겠다면 책에서 찾기 바란다.

창간 32주년을 맞이해 임직원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복차지계(覆車之戒)’이다.

복차지계는 ‘앞의 수레가 넘어져 엎어지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시련을 거울로 삼아 뒷사람은 실패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환절기에 독감처럼 잠깐 왔다 갈 줄 알았던 코로나가 2년째 지속되고 또 언제 소멸되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게 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언제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왔다.

그 동안 본지를 위해 협조해주신 출향인과 군민 그리고 모든 애독자 여러분께 거듭 감사드리고 본지가 언제나 여러분 곁에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김순경(강원북부신문·DMZ인터넷신문 사장)-